Anna.2019

모스크바, 1985년

- 네
- 신원이 발각됐어

- 대사관으로 가라
- 네

왜 이래요?
뭔데 그래요?

같이 가주시죠

- 일단 가시죠
- 아뇨, 잠깐만요

안녕하세요
로버트 어디 있죠?

막아!

잡아!

갑시다

- 통역 중인데요
- 일어서요!

통역 중이라니까요
왜 그래요?

신분증 좀 봅시다

미국 국민이에요

무슨 문제 있나요?

같이 가시죠

- 어떻게 오셨죠?
- 하트먼 대사님께 연락하세요

- "코드13" 이라고
- 네?

외교관이에요
당장 연락하세요

여기 계세요

당신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데

전해주겠나?

고맙네

미합중국 중앙 정보국

미친!

안나

5년 후

모스크바 1990년 11월

네, 아뇨
겨우 3명 찾았어요

마지막으로 시장만
가보려고요

어제 클럽에서 만난
남자가 말해줬어요

그냥 이곳 플레이보이예요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공항 가는 길이니까...

네, 그럴게요
끊어요

앞 좀 보고 다녀요

죄송해요
뭐 찾으세요?

러시아어를 못 해서요
영어 하세요?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일어, 뭐든지 다요

뭐 보여드려요?

실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파리의 모델 에이전시
스카우터인데요

미래의 스타를 발굴하죠
혹시 관심 있어요?

파리에서
모델 일 하는 거

- 여기서도 바빠요
- 인형 파느라고요?

아뇨, 대학에서
생물학 공부해요

계속 공부하면 되죠
공부하는 모델 천지예요

- 모델 일은 전혀 몰라요
- 금세 배울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다 케어할 거예요

훈련, 숙소
비자, 서류

이름이 뭐예요?

안나

안나, 머리 좀 보게
스카프 잠깐 벗어줄래요?

훌륭해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 저기...
- 안나!

파리에 잘 왔어요
집처럼 생각해요

- 몸은 어때요?
- 좋아요

짐 이리 줘요
여기가 에이전시예요

- 비행은 어땠어요?
- 좋았어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소개해줄게요

당신 매니저 도로시
이 업계 최고죠

이따가 전화할게요

어서 와요
프랑스에선 두 번 해요

사진은 이미 뿌렸어요
반응 장난 아닌걸요

다른 모델들이
질투하더라고요

- 짜잔! 마셔요
- 고마워요

안나가 너무 많아서
M을 붙여봤어요

"안나 엠"
프랑스어로 사랑한다

새로운 스타가 오셨는데
말도 안 해줘?

- 존 맥키 대표님이에요
- 정말 잘 왔어요

도로시가
맡게 됐다죠?

둘 중 누가
운이 좋은지 모르겠네

- 저죠
- 그래요

- 숙소로 가볼래요?
- 네

여기가 새 집이에요

열쇠 잃어버리지 말아요
엄청 비싸니까

여기가
제일 중요한 주방

- 이쪽은 우리의 유명한 잉게
- 열받은 잉게

고마운 잉게가
늘 청결하게 집 치우죠

이쪽은 식당 겸 거실,
여긴 페트라와 소냐

안녕하세요

- 고마워, 잉게
- 엿 먹어, 잉게

다들 재밌죠?

여긴 도쿄로 이동 중에
잠깐 들른 거고

당신 방은
여기 같아요

어머, 다른 안나네
안나가 이렇게 많아요

왜!
이따가 전화할게

옷장, 옷장, 옷장
이쪽은 레나타

- 안녕하세요
- 안녕

이 방 쓰시고
여긴 욕실이에요

- 이쪽은 모드예요
- 안녕

안녕

안나야

뭐든 필요하면

나 찾아와

고마워

그럼 방을
보여줄게요

짜잔!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일감이 늘면

단독 숙소로
옮겨줄 거예요

진짜 재미는
현장에서 시작해요

내일 여기로 가요
첫 촬영이에요

- 트레이닝은 안 받고요?
- 이론보단 실전이죠

마리오 콘티라고
사진작가도 일류예요

걱정할 거 없어요
가볼게요

염병할 음악 꺼
나이트클럽 왔어?

조명은 왜 이리 눈부셔?
누구 망막 망가지라고?

- 바꿔놔
- 죄송합니다

중년은 이런 거다

어떡해
늦어서 미안해요

택시가 안 잡혀서
지하철로 왔어요

좀 어때요?

- 어머, 이건 뭐예요?
-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릴 때 그랬어요
멍청할 때라

그땐 다 그렇죠

뭐든 해봐
거기, 예카테리나 대제

이거 입어

얼굴에 뭐 좀
그만 처바르고

바로 이거야
이런 게 음악이지

프레임에서 꺼져
다 꺼져

당장 꺼져, 됐어?

끝났어?

좋아, 날 봐

웃어봐
긴장 풀고 웃어

돌아봐

따분하긴
돌아봐

멈춰, 가슴 내밀어
내밀어, 더, 더

가슴 내밀라니까
내밀라고, 그래

감정 살려서!
그렇지

네, 알았어요

그렇지

그래, 더 멋대로
완전 멋대로!

- 차오, 안나
- 차오, 레나타

내 방에서
무슨 짓거리야?

- 이 침대가 크거든
- 내 침대는 좁아

- 너도 올라와
- 사양할게

오늘밤만이야

얌전히 좀 있어!

여기

올레그, 잘 왔어요

존

이번엔 어디서
날아오신 거죠?

그냥 여기저기요

역시 국제적인 미스터리맨
정말 잘 왔어요

대단한 신인들이
들어왔어요

저긴 브라질의 밀레나
"엘리트" 에서 빼왔어요

남미 모델의 금광이죠

- 저기 쟨 누구죠?
- 안나 엠이에요

모스크바에서 왔어요
소개해줘요?

- 아뇨, 쉬어야겠어요
- 아니 왜 또, 왜 또

뭘 또 빼고 그래요
파트너이신데

새 직원을
만나봐야죠

- 먹을 거 갖다줄게
- 고마워

안나, 소개할게요
이쪽은 올레그 필렌코프

당신과 동향이에요
우리 회사 주주시죠

- 안녕하세요
- 소액 주주예요

이따가 올게요
고향 얘기라도 나눠요

- 나스트로비아
- 나스트로비아

멋진 파티네요
파리에 사세요?

집은 런던에 있는데
주 거주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죠

겨울을 유럽에서
나시나봐요

봄엔 그처럼 아름다운
도시도 없죠

매년 봄맞이 행사로
파티를 열고 있어요

한번 와주시면
영광이겠어요

지금은 9월인데요

스케줄이 빨리 찬다시기에
선수 치려고요

네, 일감을 많이 주긴 해요
모든 게 너무 빨라요

저녁식사에 초대한다면

그것도 너무 빠를까요?

- 안 돼요, 안 돼요
- 왜 그래?

아뇨, 그냥...
이른 감이 있어서요

샴페인 더 주실래요?

그야 물론인데
두 달이나 됐잖아

거의 매일 만나고
만난 매 순간 좋았지만

키스만 해주고
그대로 가고

또 키스만 하고
내가 장난감이야?

당연히 아니죠!
그저...

이런 말 미안하지만

놀다 버리는 여자가
되긴 싫어서요

행사마다, 약속 자리마다
초대하고

매일 밤 팔짱 끼고

파리 시민들 다 보게
자랑하고 다녔어

뭘 더 어떡해야
날 믿겠어?

고마워요, 글쎄요

당신에 관한 얘길
더 해준다거나...

무슨 뜻이야?

예를 들어...
직업이 뭔데요?

뭐하는 분이에요?

스파이 같은 건
아닐까 걱정돼요

무역 사업한댔잖아
따분한 일이야

어쩌다 한두 번씩
선을 넘긴 하지만

무슨 선요?

무역 제재를 받는
나라들 있잖아?

피해는 누가 받을까?
그 나라 지도자들?

천만에

국민들만 괴롭지
그 사람들 돕는 거야

- 어떻게요?
- 식량도 반입해주고

의약품, 석유, 원자재
그런 것들을 넣어주지

식량과 의약품요?

가끔씩 무기도

언제부터 무기가
원자재로 쳐지던가요?

자유를 위한 전투에
쓰일 때

그렇게 돕는 나라가
많아요?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 그만, 알기 싫어요
- 체첸

이런 얘긴 누구하고도
하면 안 돼

큰 위험이 따르거든

사랑의 표시? 됐지?

내 목숨만큼
널 사랑하는 표시야

욕실이 어디죠?

잠깐만 기다려요

3년 전

역시 네가 최고야

좋았지?

너도 좋았지?

당연하지

술 떨어졌네

아직 낮이잖아

낮엔 마시면 안 돼?

마리화나 다 피웠어?

같이 피웠잖아

뭐 하는 거야?

좀 보자

해군 지원하려고?

허튼 짓 집어치워

약물 검사할 거야

끊으면 돼

돈은 걱정 마
나만 믿어

자기야

큰 건 하나 잡았어
둘이 돈 쓸 궁리나 해

나 믿지?

나 믿지?
못 믿어?

모르겠어

무슨 뜻이야?

모르겠어?

나 못 믿어?

말할 땐 사람을 봐!

널 거리에서
건져준 게 누군데?

나 아니었으면
아직도 몸 팔았어

내가 구해줬잖아

내 집에서
살게 해주고

매일 돈 걱정 없이
약 하게 해주고

당신이 날
약쟁이로 만들었잖아

은혜도 모르는 년

그걸 너처럼 쉽게
얻는 건 줄 아니?

넌 죽어라고 해줘도
만족을 몰라

더! 더!

말할 땐
사람을 쳐다봐

망할년

네발로 기면서 빌어

빨리 무릎 꿇어

설거지 하나
제대로 못 하는 게!

장보기도 못 하고
먹을 거 하나 없잖아

염병할년

어디 갔나 했네

타

누구 차야?

자기 차지

오늘부터
벤츠 타는 거야

훔치긴 무슨
큰 건 잡았댔잖아

앞으론
다 잘 풀릴 거야

빨리 타

그 여잔 뭔데?

그래, 그래

이상해 보이겠지
집에 가서 설명해줄게

- 알았지?
- 집에서 봐

20분 거리잖아

그냥 타

문 열어줘

어서 타

타시죠

집 방향 아니잖아

ATM기 들러야 돼

이쪽에 ATM기 없잖아

하나 생겼어

니카가 어딘지 알아

- 현금카드도 없잖아
- 그건 걱정 마

새 드레스 사줄게

- 나도 사줘
- 너도 사줄게

페티야, 내려줘

알았어

저기야

- 다 왔다
- 페티야

5분이면 돼

가자

나와!

아메리카

주둥이 다물어!

비번이 뭐야?

3...

젠장!

4천 달러 없어

3천만 빼봐

가만있어

나한테 말 걸었니?

나한테?

돈 어디 있어?

어디 있는지 말해

페티야

집에 가자

나 일하잖아

카드 비번 대라고

젠장!

괜찮아요

페티야

내려!

경찰이야

눈 안 멀었어!

페티야!

뭐 하는 거야?
들어와!

쏘지 마!

- 무슨 짓거리야?
- 그럼 어떡해!

페티야

집에 가자

그래, 집에 가자

그래

집

짐 싸

5분 후에 뜰 거야

안나 폴리아토바?

영어 할 줄 알지?

질문이 있을 거고
다 답해주지

하지만 먼저
내 얘길 들어

저마다 인생엔
전환점이 있어

보통은 놓친 후에야
깨닫곤 하지만

지금이 그런 순간인 걸
말해주러 온 거야

인생에선 교차로마다
여러 가능성이 있지

그 중 맞는 길만
선택하면 돼

때론 그 선택이
빨라야 하고

일어나, 가야 돼

내가 영어 하는 걸
어떻게 알지?

며칠 전
해군에 지원했더군

왜지?

이 시궁창에서
빼준다면 어디든 했지

아버지가 군 장교셨어

하지만 지원서에
쓰진 않았더군

당신도 옴스크 군사학교의
사관생도였지만

17살에 자퇴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였지

체스를 좋아한다고
적었던데

둘 줄은 알아

당신 프로필이
마음에 들더군

우리가 키워줄 수 있는
재능과 기술이 있어

- 어떤 재능?
- 예리한 판단력

위기 속의 침착함

그리고 적당한 분노

무엇보다 깎지 않은
열쇠라서

많은 문을 열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지

- 일을 주겠다고?
- 새출발할 기회를 주지

군사훈련 1년
현장에서 4년

그게 끝나면?

5분 전만 해도
미래가 없던 사람이

이젠 미래가
궁금해지셨나?

5년 후면
자유의 몸이야

난 당신 얼굴을 봤어

같이 떠나거나
영영 못 떠난다는 거네

봤지?

예리한 판단력

싫어

당신 제안
마음에 안 들어

틀린 결정을
한 것 같군

전환점과 선택?

허울 좋은 말이지

뻔해

또 다른 지옥에 데려가
또 다른 우리에 넣는 거지

누구나 인생에서
선택할 권리는 있어

여길 가고 저길 가고
수락하고 거절하고

하지만 인생 자체를
거절할 순 없어

인생은 선물이니까

누가 준 선물이지?

부모님

이게 그분들을
기리는 방식인가?

당신 아버지가
이런 걸 원하실까?

그분들의 인생은
끝났지만

당신은 아니야

믿음을 가져봐

사람을 믿었다가
이 지경이 됐지

사람을
믿는 게 아니야

자신을 믿어야지

좋아

3년 후

- 어쩌고 있어요?
- 긴장했어요

- 서성거리던가요?
- 앉아있어요, 한 시간쯤

- 물을 달라던가요?
- 아뇨

신발은? 신었다 벗었다
꼼지락댔어요?

기억에 없는데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차나 커피 드려요?

- 괜찮아요
- 나도 카페인 줄이고 있어요

벌써 3시네요

제 소개도 안 했군요
레너드 밀러 요원입니다

파리에 파견 나와있죠

프랑스 친구 좀
도와주려고요

내가 사람이 좋아요

자료를 보니까
거의 동화 속 주인공이데요

모스크바에서
채소 팔다가

톱모델로 변신?
단 6개월 만에?

채소가 아니라
마트료시카 인형 팔았어요

러시아 전통 인형이에요

그렇군요

"성냥팔이 소녀" 같네요
그 이야기 알아요?

성냥 팔다가 추워서
죽은 애 이야기?

완전 침울한 얘긴데
당신은 빠져나왔네요

올레그와는
어떤 관계였죠?

회사 주주여서
가끔 만난 정도였어요

사적인 관계나
성적인 관계는 아니고요?

추파를 던지곤 했지만
그런 사람은 많아요

남자들 뿌리치는 것도
지겹겠어요

- 익숙해져요
- 마지막으로 언제 봤죠?

지난주 같아요

올레그는 르 모리스 호텔에서
27일, 화요일에 사망했죠

공교롭게 그날 1시 37분
당신도 그 호텔에 갔고

1시 58분에
올레그도 따라갔어요

2시에서 5시 사이에

올레그와 경호원은
최악으로 하루를 끝맺었고요

호텔에서 2시 23분에 나왔죠?
설명해주시겠어요?

라운지바에 앉아서
올레그를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어요

올레그가 간단히
한잔하자고 했지만

- 무슨 뜻인지는 알았죠
- 섹스? 섹스 말이죠?

언짢게 해드렸네요

감사합니다

- 수상한 건 없던가요?
- 수상한 거라뇨?

로비에 칼 들고 설치는
덩치 같은 거요?

아뇨, 소음기 달린
베레타92 같은거

호텔 CCTV로
못 보셨어요?

- 카메라를 보긴 했군요
- 사방에 널렸잖아요

테이프가 지워져 있어요
프로의 짓이란 소리죠

전 이곳도 처음이고
일하느라 바빠요

이게 생계수단이라고요
이 일로 모두 잃긴 싫어요

여자친구도 있는데
질투가 심해요

그래요, 올레그와
잤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안 잤어요

잤더라도
범죄는 아니잖아요

패션쇼는 본 적 없는데
대단할 것 같아요

원하시면
초대장 보내드릴게요

정말요? 저야 감사하죠
당분간 파리에 있으니까

연락하며 지내요

또 보죠

6개월 전

써먹을 데가 없겠어
고등교육도 못 받았군

약쟁이잖아

끊은 지 1년 됐어요

그리고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탁월해요

사격, 연기
체스는 단연 1위고

체스를 두든 말든
그깟 게 뭐

내 히터라도 고칠 줄
알면 모를까

칼 솜씨 백발백중
운전

우리가 찾는
물건은 아니야

같이 자고 싶겐 생겼으니
미인계는 되겠다만

그거 말고는
용도를 모르겠어

KGB는 상황을 꿰뚫고
잽싸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영리한 요원이 필요해

스펙을 확실하게
말해뒀을 텐데

그걸 목표로 삼고
훈련시켰습니다

지식도 훌륭하고
임기응변에도 강합니다

지능도 월등하고요

"지혜로운 행동에는
지능 이상이 필요하다"

도스토옙스키

"깊고 공허한 우물에
던져진 죄인처럼"

"난 무엇이 날 기다리는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허나 분명한 것은
사탄과의 잔혹한 싸움에서"

"내가 승리할 것이며"

"물질과 정신이
완벽한 조화로 결합하여"

"보편 의지의 왕국이
시작될 거란 사실이다"

체호프군

갈매기, 1막

- 연극 속 연극이지
- 제일 좋아하시는 연극이고요

- 어떻게 알았지?
- 나 KGB에서 일해, 이것아

아직...

내가 써볼게

시범적으로

아니다 싶으면 시체로
돌려보낼 거야

알겠습니다

가지

뒤쪽에 있는
테이블에 있을 거야

총은요?

경호원도 있나요?

내가 알게 뭐람?
네 일 내가 대신 해주랴?

아뇨, 제가 해요

끝나면 그자 휴대폰 챙겨서
뒷문으로 나와

차에서 기다리지
시간은 5분 준다

- 어서 오세요
- 일행을 찾고 있어요

찾아보시죠

3분 지났다

- 5분 됐어, 가자
- 휴대폰은 어쩌고요?

-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 안나는요?

임무 완료 못 하면
어찌 되든 알 바 아냐

1분만 더 주죠

왜? 왜 그래야지?

이 임무를 5분만에
완료하는 건 불가능해요

역경은
좋은 스승이지

1분 지났어
출발해

여기요

5분을 줬는데
5시간 걸렸군, 박수

그 총

장전도 안 된
총이었잖아요

네 장비니까
확인했어야지

날 함정에 빠뜨렸어요

내가 왜 다리를
저는지 알아?

지금쯤이면
내 파일 봤을 거 아냐

체첸에서
가벼운 사고로요

그건 공식 버전이고

훈련 시절 시베리아의
카라칸 숲에 투하됐지

거긴 늑대도 많고
눈밭에 늑대 덫은 더 많아

난 쇠덫에 물린 다리를 끌고
사흘을 다녔어

간신히 캠프로 돌아왔더니
교관이 드라이버를 주면서

이러더군
"위기는 예고 없이 온다"

죄송해요

-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예요
- 당연히 없어야지

준비 기간은 14일이야
현명하게 사용해

3동, 11층, 25호

- 새 집 축하한다
- 감사합니다

- 여보세요?
- 적응 좀 돼?

응,
또 다른 우리 속이지

시작한 곳으로
돌아온 기분이야

인내심을 가져
첫날이잖아

알아

저녁 먹을래?

저녁 좋지

- 당신을 보고 싶어
- 잘됐네

근데 올가가
파일을 잔뜩 줬어

- 준비해야 돼
- 그래

- 그래야지
- 나도 시간만 되면...

알아, 공부해
그게 중요하지

- 다음에 보자고
- 그래, 다음에

미인들 찾아내고
돈을 받아요?

나도 그게 일인데
아무도 돈을 안 줘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출장 때마다
5~6명을 찾아야 하는데

이번엔 어렵네요

모스크바에서 미인을
못 찾고 있다고요?

- 일 참 못하시네
- 미모가 다가 아니에요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죠
진주나 보석처럼

180cm짜리 보석이
나무에서 자라진 않잖아요

이즈마일로브스키 공원
시장 가봤어요?

- 이즈마일...
- 이즈마일로브스키 공원

- 적어줘요?
- 네, 좋죠

시장으로 들어갔다
5분 후 마주칠 거야

알겠습니다

엉뚱한 길로 갑니다

길 막아

앞 좀 보고 다녀요

러시아어를 못 해서요

- 접선했습니다
- 이제서야

출발해

"안나 엠"
프랑스어로 사랑한다

- 현재 상황은?
- 회사 투어 중입니다

- 에이전시 조사했어?
- 주말에요, 평범해요

숙소도 조사했어?

여자만 5명이고 깨끗해요
경범죄 정도 말곤

짐 풀면
연락하라고 해

- 저예요
- 새 삶은 어때?

혼자 살았으면
편했겠죠

휴가 간 게 아니라
잠입 임무야

새 이름도 받았어요
이제 안나 엠이에요

- 모스크바를 따서 M?
- 그럼 또 뭐겠어요?

참 오리지널하다
룸메이트들은 어때?

감당 못할 건 없어요

프랑스 애가
계속 치근대요

섹스는 어때?

- 어떻게 아세요?
- 나 KGB에서 일해, 이것아

섹스는 괜찮아요
자세하게 들려 드려요?

됐어, 계속 만나

여자를 만난다고 하면
엄한 놈들 안 꼬이니까

임무에 방해만
되지 않게 해

타깃은 다음 달에
파리에 도착할 거야

- 준비해
- 네

빈속에 마시면
안 될 거 같아

- 먹을 거 갖다줄게
- 고마워

안나, 소개할게요
이쪽은 올레그 필렌코프

당신과 동향이에요
우리 회사 주주시죠

안녕하세요

- 멋진 파티네요
- 네

- 파리에 사세요?
- 집은 런던에 있는데

- 주 거주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죠
- 겨울을 유럽에서 나시나봐요

오래전에 숙모와
가본 적 있어요

- 각도가 이게 다야?
- 카메라가 3대예요

카메라 늘리란 게 아니라
각도를 잘 잡으라고

그림 좀
제대로 나오게

이게 모스크바에서 제공한
최첨단 기술이야?

망원경으로 보고 말지!

저녁식사에 초대한다면
그것도 너무 빠를까요?

빙고

안녕히 가십시오

또 보죠

- 그놈 어때?
- 똑똑하고 잘생겼어요

- 좀 재수없고요
- 전형적인 CIA군

- 테이프 얘기도 해?
- 지워졌다고만 하던데요

호텔 외부 CCTV에
출입 장면이 잡혔어요

- 그래서?
- 말씀드린대로예요

몇 가지 질문 하고
그대로 끝냈어요

그러고 그냥 보내줬어?

- 전 거짓말 선수거든요
- 아니, 아니

네가 거짓말했다면
놈도 알아챘을 거야

- 다른 점은 없었어?
- 없었어요

일요일까지 잠자코 있다가
모스크바로 돌아와

영구적으로요?

질문은 내가 해

- 네?
- 나야

집이 좋군

- 계속 쓸 생각인가?
-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가족도 친지도 없고
연고도 없고

약점도 없다니
언제 배신할지 모르겠군

잘 훈련된 요원입니다

불필요한 선택들을
하는 버릇이 있군

"공격자는 잘못된 수를
후회할 때도 있지만"

"영영 기회를 놓치고 만
후회보단 백 배낫다"

- 레닌이군
- 카스파로프입니다

체스를 잘 둔다던데
언제 한판 두지

혹시 질문 있나?

이제 2년이 돼 갑니다
훈련 1년, 임무 1년

5년을 다 채워도
모스크바에 있어야 합니까?

아니면 어디로든
가도 됩니까?

5년이라니
무슨 소리야?

저희 부서에선 5년 넘게
남아있는 사람이 없어서요

- 자네 빼고
- 절 빼고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거죠?

KGB를 위해 올 한 해건
5년이건 10년이건

조국을 섬기는 걸
긍지로 여겨야지

조국을 섬기는 걸
긍지로 생각합니다

2년간 타깃 27명을
사살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KGB를 나가는 길은
하나뿐이다

그게 뭔지 알고 싶나?

아닙니다

그럼 내게 덤빌
생각 마라

체스만 빼고

한판 둘까?

다음에 두시죠

좋아

짜잔!

- 안녕
- 들어와, 들어와!

안녕, 자기

1주일 내내
집 꾸미고 있었어

여기가 주방이야
러시아 음식도 잔뜩 샀어

여기가 거실이고
여긴 제일 중요한...

침실! 들어와

열심히 촬영하고
열심히 벌어서

드디어 도로시 약속대로
우리 집도 생겼어

다 우리 거야!
아무 데서나 자고

아무거나 먹고
그리고...

아무 데서나
할 수 있어

뭐부터 할래?
점심? 섹스?

산책 나갈 거야

비 오는데?

그치겠지

왜 그래?

아니야

혼자 재충전할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

가족들이랑
보낸 일주일은 어땠어?

대단했어

알았어

넌 산책 가
난 저녁 만들게

돌아올 때
와인이나 사와

- 어때?
- 그래

그래

- 네
- 안녕

잠깐만

안나, 이 번호 뭐야?
보안 회선이야?

친절한 일본 아주머니가
빌려주셨어

그래
새집은 어때?

좋아, 깔끔하고

- 무슨 일 있어?
- 이제 이렇게 살아야 해?

머리에 총 맞길 기다리면서
휴대폰이나 훔쳐서 쓰고

바실리에프에게 휘둘리지 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선택이니 길이니
헛소릴 늘어놓으면서

5년이면 풀어준다고
약속했잖아

그 안에 죽겠거니
했던 거지?

쉽게 버텨낼 일이
아니긴 하지

하지만 넌 기회가 있어
지금은 순간을 즐겨

여유를 가져, 안나
시간은 네 편이야

물결이 흘러가도록
그냥 둬

권력은 움직이고
적들은 사라져

넌 살아남기만 해
나머진 시간의 몫이야

하나만 약속해
알렉스

뭐든지

언젠가 자유로워질
방법을 찾는다면

- 내 편에 설 거야?
- 최선을 다하지

나중에 봐

요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거 알아

이유는 모르지만

알고 싶진 않아

이것만 알아줘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날 필요로 할 땐
언제든 곁에 있다는 거

알았지?

고마워

밀라노
좋아, 시작하자

붐! 아주 좋아

아주 좋아
아주 아주 좋아

더티하게
더 더티하게!

아주 좋아
완전 좋아!

그렇지!
그린 드레스!

세상에
다리 한번 끝내주네

좋아, 다음!

다음 준비해줘
정말 끝내줬어

느낌 아주 좋아
느낌 오지?

아주 훌륭했어

잘하고 있어요

5시에
가야 하는 거 알죠?

걱정 말아요
1시간이면 끝나요

알았어요

좋아, 괜찮아

너희들은 공주야
크로스드레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여성성을
발산할 수 없을까

안녕, 응?

포즈 유지해

어젯밤에 달린 건
좀 괜찮아?

이제 못 하겠어

그래, 어쩌면

안나, 자기야
나 창작 중이잖아

포즈 유지해줄래?

- 멍청한년
- 안나

- 움직이지 마
- 우리 잘리면 안 돼

어제 가져왔던 거
가져와

그래, 오늘밤
화나셨나보네

세상에!

더티하게 해보자
웃어

제일 자신 있는 미소

왜 이러는...
피 나잖아

웃으라고 했지!

- 응
- 좀 낫네

이제 개처럼

그래, 개처럼 월월

암캐가 따로없네

손 가만있어

좋아, 나왔어

촬영 종료

나 만지지 마

만지지 마!

- 한 시간이나 늦었어
- 최대한 빨리 온 거야

올가가 전화를
열번은 했어

파일이나 내놓고
주둥이 다물어!

뷔르템베르크, 49세
폴란드 주재 독일 외교관

중동의 불법 자금이
이자를 통해 들어오지

이혼남이고
자식은 없어

몇 번 접근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어

포섭도 안 되고
협박할 거리도 없어

하지만 약점이
하나 있지

감이 오네요

밀라노에선 스테파노라는
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그쪽엔 손을 써놨어

뷔르템베르크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 총은요?
- 욕실 세면대 뒤에

- 경호원들은?
- 무자비한 놈 한 명

복도는 감시하겠지만

도청기나 카메라는
못 집어넣었어

지원은 없으니까
문제가 생기면...

그럴 일 없어요

서류가방, 열쇠, 문서
그리고 지문을 가져와

질문은?

몇 호죠?

거기서 더 나가면
돈 내야 해요

- 늦었군요
- 미안해요, 차가 막혀서

패션위크라

- 욕실 써도 되죠?
- 네, 서둘러줘요

- 시간이 많이 지나서
- 오래 안 걸려요

그래요

- 12분이나 걸렸잖아
- 너무 비협조적이었어요

- 지문은?
- 가방에서 뜨면 되죠

이런 머저리
지령 안 읽었어?

- 읽었어요
- 그럼 검지 어디 있어?

저더러...

손가락 가져왔어야지
지령에 썼잖아

지문을 여기저기 찍어야
그놈 짓으로 꾸미지

모산을 보낼까?

아뇨, 제 실수예요

제 실수는
제가 책임져야죠

네 시계도 찾아와
뭐 두고 오지 말고

뭘 꾸물대? 가봐

여기요

이제 됐죠?

그래

이제 자러 가도 돼요?

죽이고 난도질할 사람
또 있어요?

너 왜 그래?

다 지긋지긋해요

이젠...

- 쉬어
- 네?

모드 데리고
1주일 여행이라도 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쉬고 재충전해

- 감사해요
- 딱 1주일이야

아가씨들
내가 한잔 살까요?

억만장자 아니면
갈 길 가세요

엄청 덥네

우리 방갈로 가서
샤워나 할래?

먼저 가
더 있다 갈게

그래

안녕하세요

휴가 잘 보냈어?

네, 좋았어요
선물도 샀는걸요

여기, 엽서예요

예쁘군

이제 일해야지

- 저건 뭐야?
- 미친!

5번, 돌아보세요

뭐야!

아주 완벽해, 좋아

됐어, 자기, 날 봐
움직이지 말고

더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완벽해

이봐!

좋아, 아주 좋아

더 열정적으로
더! 더!

더! 더!
바로 그거야!

기밀

더 밀어붙여!
더! 더!

더 세게! 세게!
그렇지, 그렇지!

올해 아주 수고했어

다음 주에 모스크바로 와
보스가 찾으신다

- 미쳤어
- 이게 필요했어

나도

솔직히 처음엔
널 못 믿었어

너무 예쁜 여자들은
언젠간 문제가 되지

그래서 못생긴 것들을
쓰는 거야

올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네게 훈장을 줬으면 하더군

수여식도 부가 혜택도
없으니 기대 마라

그저 이곳을 떠나는 날
정문 벽에 이름이 새겨지고

혹시라도 후손이 있다면
연금 주는 게 다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영예를 누릴
자격이 되나?

체크

아뇨

메이트

6개월 전

잡아, 따라와

놀랄 거 없어
또 보자고 했잖아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언제부터 감시했는지

아주 궁금할 거야
그 정도는 말해줘야겠지

나중에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바빠서 말이야

저쪽에서 눈치채기 전에
거래하려면 5분밖에 없어

- 요약해서 말해줘?
- 어떤 상황인지 알아

그래도 말해줄게
혹시 모르니까

당장 올레그와 경호원,
호텔 직원 살인죄와

뷔르템베르크 살인미수로
처넣을 수도 있어

간첩 행위는
말할 것도 없지

당장 프랑스 감옥에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전화 한통으로

체코의 비밀 기지로
보내줄 수도 있어

거기 가면 착한 CIA친구들이

자기들 지겨워질 때까지
네 인권을 짓밟을 거야

이제 파악이 돼?

1번, 당신을 제거한다
이건 우리측만 편하지

우리 저녁 약속도
깨지고 말이야

2번, 우리측에 협조한다
그럼 살 거고 저녁은 옵션

제안이 그게 다야?

흥정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좋아, 죽여

우리 쪽 엿같은 제안이나
매한가지야

노예가 되거나
죽거나지

당신들이 러시아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역사적으론 그렇지

그럼 더 괜찮은
제안을 내놔

내 재량이
그리 크지 않아

큰 요구를
하진 않을 거야

좋아
원하는 걸 말해봐

자유와 보호

어려운 요구군
이렇게 하지

3년간 일해주면
사라지게 해주겠어

애리조나 가봤어?
덥지만 습하진 않지

다들 그렇대
난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안 돼
1년으로 해

위장은
1년이면 탄로나

그리고 난 바닷가에
살고 싶어

- 밴쿠버
- 너무 추워

좋아
원하는 곳 있어?

- 하와이
- 하와이

하와이

좋아, 하와이

- 날 어떻게 잡았지?
- 가방 드는 방식 보고

지금부터 당신은
내가 보호하고

미국이 보호할 거야

- 12분이나 걸렸잖아
- 너무 비협조적이었어요

지문은?

팀장님
다시 돌아옵니다

조용히 해

- 저 사람 손가락이 필요해
- 무슨 헛소리야?

- 손가락이 필요하다고!
- 저자 이방에서 못 나가

사람 말고 손가락만!

잠깐만요
얘기가 다르잖아요

도와주는 건 해도
이건 안 돼요

- 테이블에 올려
- 건드리지 마!

안 돼!

- 좋아, 진행해
- 안 돼, 내가 해야 돼

KGB에서 가르치는
절단 방식이 있어

강제로 한 게
아니라는 표시로

다른 식으로 자르면
올가가 눈치챌 거야

우리 들통 내는 식으로
자를지 어떻게 알고

내가 하와이를 믿길 바라면
그쪽도 날 믿는 게 좋아

- 그리고 열번이나...
- 알았어! 알았어!

입 틀어막아

숨 참고 계세요
칼 갖다줘

이제 됐죠?

그래, 잘했어

이제 자러 가도 돼요?

죽이고 난도질할 사람
또 있어요?

쉬어

- 여기서 뭐 하는 거야?
- 당신 확인하러 왔지

전화해도 됐잖아

CIA에선
퍼스널 서비스를 강조해

- 별일 없어?
- 지금까진

좋아, 우리 쪽도
아무 이상 없어

- 위기는 예고 없이 오지
- 옳으신 말씀

얼굴도 편해 보이고
좀 탔네

- 진짜 왜 온거야?
- 휴가차 왔어

당신이 바하마 소릴 해서
바람이 들었지

나도 해변에서
칵테일이나 마시고

긴장 풀고 쉬면
좋겠다 싶어서

그리고 당신과
저녁 약속도 있고

- 그건 옵션이라며
- 맞아

내가 돌봐줄 거야
안전하도록

이제 우리 팀이고
우리 자산은 우리가 지켜

약속 지킬 거지?
1년 후 풀어준다고

이미 하와이에
집 찾으라 해뒀어

어느 섬이 될지는
장담 못 해

- 상관없어
- 가보면 상관있어

안 가봤어?

응

그럼 왜 하와이야?

부모님 냉장고에
하와이 엽서가 있었어

늘 꿈처럼 보였지
당신은?

거기서 나고 자랐어

진짜 원주민이네

아버지가 해군이셨지
당신 아버지처럼

서핑하고 스팸 먹고
거긴 진짜 낙원이야

당신의 꿈이 실현되도록
개인적으로 약속하지

선탠이라도 좀 해
눈에 띄니까

좋은 충고군

내가 필요하면
어디로 올지 알지?

옷장 속?

유머감각까지 있군
다 갖췄어

드디어 집 지을 돈
다 모았어

진짜 예쁜 곳이야

생트로페에서 멀지 않고
해변이랑도 가깝고

관광객들도 없고
진짜 평화로워

집 도면을 직접 그렸어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짓는 것도 전부
내 손으로 할까 해

우리 아버지
목수였던 거 알아?

안나

내가 한 말
하나라도 들었어?

아니, 한 마디도

너 왜 그래?

전화나 받아
난 배 안 고프니까

네

- 휴가는 어때?
- 좋아요

좋은 곳 같군

- 여기 와보셨어요?
- 아니

- 절 감시하는 거예요?
- 이게 내 일이야

여기 마음에 들어요
방갈로 살 계약금도 냈어요

우습지도 않군

무슨 일이야?

같이 저녁 먹긴
그른 것 같아

아마도 그렇겠지

대신 섹스나 하자

안녕하세요

- 휴가 잘 보냈어?
- 네, 좋았어요

30분 내로
대사관 가야 돼

늦으면 되지

다른 움직임 없어?

없습니다

- 전혀?
- 전혀 없습니다

좋아, 철수해

모스크바로 돌아가면
해줄 일이 있어

어떤 일인데?

지난 20년간 KGB와
우린 모종의 관계를 유지했어

우호적이진 않았지만
서로를 존중했지

어쨌든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니까

그러다 바실리에프가
취임하면서 바뀌었어

내부에
우리 사람이 필요해

KGB 국장을
제거하겠다고?

총을 반입할 방법도 알고
탈출시킬 방법도 알아

임무를 수행할
등신만 있으면 되겠네

임무에 참여할
동지가 필요한 거지

그럼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인 동지를 써

5년 전

하루만에
요원 9명을 잃은 적 있어

내 임기 중에

바실리에프의
지령에 의한 거였지

그저 임무를 수행하던
요원들이었어

그래서 마땅한
미국 요원이 없어서

- 러시아인을 써야겠다고
- 최고를 쓰자는 거지

내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

3년이나 준비한
작전이야

백번도 넘게
세부 사항을 검토했어

실패확률이 0은 아니어도
거의 근접해

바실리에프를 제거하고
관계를 복원해야 해

그걸 해낼 사람이
필요한 거야

당신은 뭐든 다 해내잖아
강요하진 않을게

당신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이건 알아둬

조기 퇴직서에
승인까지 받아놨어

- 무슨 소리야?
- 성공하면 하와이 가는 거야

완벽한 자유와 보호
당신이 원하던 거잖아

조직이 동의했다고?
그렇게 쉽게?

내가 설득을
잘했나 보지

- 뭐라고 했는데?
- 당신을 잃기 싫다고

좋아

그래

모스크바에 올 거야?

내가 손수 당신을
탈출시킬 거야

그래야 내가
안심이 되니까

체크

메이트

- 미안해, 알렉스
- 미쳤어

살아서
못 나갈 거야

무릎 꿇어

- 당신은 죽었어
- 나도 사랑해

잠깐 자고 있어

아뇨

바쁘십니다

정차 금지 구역입니다

외교관 차량입니다

번호판 안 보여요?

보안 구역이라

정차 금지입니다

문제 만들기 싫으면

모른 척해요

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늘 내내 바쁘세요

잠깐만요

안전상의 문제니까
20미터 물러나주십시오

저기 있는 문 보여요?

담당 간부가 곧 나오면
다 해결됩니다

- 차 빼십시오!
- 출발해!

안나?

움직이지 마

보통 이런 일은
정중하게 하는데

개같은 한 주였고
벽에 부딪친 상태라서요

"네, 아니오" 로 대답해요
뻔한 거짓말 말고

- 내가 누군지 알아요?
- 아뇨

정답, 당신 KGB소속이다?
네, 아니오

아뇨

- 모사드
- 모사드가 뭔지도...

네, 아니오!
그게 룰이에요

아뇨!

좋아요
안나, 최근에 봤어요?

아뇨

시키는 대로 해요

안나가 연락하든
당신이 안나에게 연락하든

즉시 나한테 알려요

- 알았어요?
- 네

이미 이 집
도청 중이에요

됐어, 나가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뉴욕

주인공 오셨네
축하해

- 고마워
- 끝내주는 작전이었어

바실리에프는 사망 확인

러시아가 곧 후임을
발표할 거라네

- 나은 사람이면 좋겠군
- 누구라도 그놈보단 낫지

그 자식은 악종이었어

시간은 걸렸지만
자네가 바로 잡았어

아무도 그 공을
잊지 않을 거야

잘됐지

여자는?
그 후 소식 없어?

아마 죽었겠지
운이 좋으면

시베리아 수용소 끌려가면
그 여자가 버티겠어?

떠나기 전에
저녁이나 먹자고

그러지

잘했어
훌륭한 성과야

새로운 메시지

월요일, 14일 2시, 파리
몽소 공원 매전, 안나

- 공원으로 들어간다
- 알겠다

요원들 티 안 나게
주의하라고 해

1마일 밖에서도
알아보겠네

요원 1, 2 이동
너무 눈에 띈다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확인 중이야

내 오른쪽에
알렉세이 트첸코프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 에스프레소 주세요
- 알겠습니다

레너드 밀러, CIA야

바실리에프가 죽을 때
모스크바에 있었어

전요원 개입 대기한다

- 빼내줘야겠어
- 걱정 마, 들어간다

네

탈출 절차 임박

움직임이 포착된다
가만있어, 알렉세이

- 총 맞기 딱 좋군요
- 총 맞을 일 없어

탈출 20초 전

알렉세이
멍청한 짓 하지 마

15초

10초

- 5초
- 잠깐, 잠깐, 정지

정지, 정지

- 무슨 일이야?
- 안나가 왔어

반가워

내 손으로 죽일 거야
그거 알아?

알아
일단 얘기부터 해

또 얘기 안 한
애인이 있나?

아니, 둘뿐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작별인사 하러 왔어

마지막으로

어릴 때 마트료시카 인형을
갖고 놀곤 했어

시장에서 파는 척하기
한참 전부터

인형을 열어서 그 예쁜
얼굴을 보는 게 좋았지

여자 안에
여자 안에 여자

날 인형으로 만든다면
무슨 인형이 될까?

딸? 애인?

러시아 스파이? 모델?

미국 스파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제일 작은 인형은 뭘까?

그건 아직도 몰라
이제 알아내고 싶어

우리가 보냈던 시간이
날 여기까지 오게 했고

살 의지를 줬고
나 자신을 대면하게 했어

그건 평생
잊지 않을 거야

그런데 넌
룰을 잊었어

받아, KGB에서
갖고 나온 거야

이건 CIA에서
빼돌린 거고

- 언제?
- 당신 가방에서

복사 완료

- 훌륭하군
- 고마워

이제 어쩌자고?

둘 다
물건 되찾았잖아

모두 정상으로 돌아가고
우린 친구로 헤어지는 거야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사본이 있어서

곧장 언론사에 보내진다?

둘 다 나만큼이나
진심으로 좋아했길 바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줘

잘 모르는 사람을
그렇게 믿으면 안 되지

네가 가진 정보는
6개월이면 쓸모없어져

어디로 가든
널 추적할 거야

난 단 하루도
자유롭게 못 살았어

6개월이면
영원과 같은 시간이야

그거면 됐어

동의하는 거지?

행운을 빌어주지

적어도 6개월동안은

알렉스?

삼키기 쓴 약이군

전에 물어봤잖아

빠져나갈 길을 찾으면
내 편이 돼줄 거냐고

아니, 아니
최선을 다하겠다 했지

그거면 돼

마음이 바뀌거든

가족에게 돌아와
알았어?

내 유일한 가족은
이 테이블에 앉아 있어

저 망할년
어딜 빠져나가려고

계속 녹화해
계속 녹화해

넌 여기 있어

먼저 일어나겠나?

조금 있다 가야겠어

- 한잔 살까?
- 적당히 해, 동무

- 안나
- 올가

그 누구도 KGB를
엿 먹일 수 없어

전요원 진입하라
거기서 탈출시켜

안나를 돕게 해줘

뭘 보고 네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저러다 죽어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어

네가 먼저 가는 게
나을 것 같군

그쪽이나 먼저 가시지

먼저 가

3개월 전

크레페 두 개
토핑 없이 설탕만

미국인들이
네게 접근한 거 알아

무슨 말씀이세요?

호텔방에서 돌아왔을 때
손목에 수갑 자국이 있더군

그때 시계를
잃어버린 거야

난 널 알아
내 딸처럼 알지

당장은 그 사실을
나만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미국인들의 계획을
앞으로 전부 보고해

어떤 일인데?

지난 20년간 KGB와
우린 모종의 관계를 유지했어

우호적이진 않았지만
서로를 존중했지

어쨌든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니까

그러다 바실리에프가
취임하면서 바뀌었어

바실리에프를
죽일 거라고?

저더러 하래요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게 뭐지?

자유요

내 말대로만 하면
내가 약속하고

자유를 주지

어디 있어? 좋아

다른 각도 띄워봐

왼쪽부터 띄워
그래, 확대

더, 더, 더

얼굴 잡아봐
얼굴!

카메라 꺼

안나 폴리아토바

올가님께

이 메시지를 받는다면
계획이 성공한 거겠죠

당신은 국장 자리에 앉고
전 살아있길 바랄 뿐이에요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가르쳐주셨죠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파일을
지울 순 없었어요

바실리에프나 후임자만
지울 수 있으니까요

약속 지키실 거 알아요
명예를 중히 여기시니까

하지만 거래 내용을
바꾸실지 몰라서

눈 속에 늑대 덫을
하나 더 심었어요

저번 대화를 녹화했어요

바실리에프는
유통기한이 다 됐어

우리 목숨을
맡기기엔 부족하지

미국인들이 숨겨둔
총을 사용해

그 총으로
놈의 명줄만 끊으면 돼

그간 배운 모든 걸
실행하고 나가요

존중해주시길 바랄게요

절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세요

메이트!

축하한다

망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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